시리즈 하나에 통째로 내어 주는 주말이 있습니다. 금요일 밤에 1권을 덮으며 이제 자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일요일 오후이고, 손에는 3권의 마지막 장이 들려 있습니다. 점심을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이런 독서에 딱 맞습니다. 첫 장부터 걸린 판돈이 크고, 세계관이 낯설어 빨려 들어가고, 중간 권의 클리프행어 때문에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생각할 거리가 남는다는 점도 좋습니다. 잘 쓴 디스토피아는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몇 걸음 앞으로 밀어 놓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는 몰아 읽을 만한 디스토피아 시리즈 열두 편을 담았습니다. 분위기별로 묶고 분량도 적어 두었으니 주말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하세요.
디스토피아가 시리즈로 읽기 좋은 이유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가 펼쳐질 공간이 필요합니다. 엄격한 체제와 감춰진 역사, 저항 세력이 있는 사회는 한 권에 담기 벅찹니다. 1권에서 규칙을 보여 주고 2권에서 그 규칙을 깨뜨리면, 3권은 그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묻습니다.
속도가 이미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디스토피아는 추격, 생존, 비밀 위에서 굴러가서 챕터마다 반전으로 끝납니다. 빠르게 읽기 좋은 리듬입니다.
아이디어가 오래 남습니다. 감시와 통제, 계급, 순응 같은 주제가 줄거리 너머의 무게를 줍니다. 몇 년 뒤에 다시 꺼내 읽는 독자가 많은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기장과 생존 게임
잔혹한 규칙 아래 젊은 인물들이 설계된 대결에 던져지고, 관객은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헝거 게임』 수잰 콜린스(『The Hunger Games』 2008, 『Catching Fire』 2009, 『Mockingjay』 2010)는 현대 YA 디스토피아의 틀을 만든 시리즈입니다. 국가 판엠의 각 구역은 10대 두 명을 뽑아 생중계되는 죽음의 경기에 내보내야 합니다. 캣니스 에버딘은 어린 동생 대신 자원합니다. 1권은 순수한 생존 스릴러이고 2권은 정치적 반란으로 번지며, 3권은 많은 독자의 예상보다 어둡고 거친 전쟁 이야기입니다. 콜린스는 젊은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를 다룬 프리퀄 『The Ballad of Songbirds and Snakes』(2020)로 이 세계에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주말을 통째로 비워 두세요. 아마 다 읽게 될 겁니다.
『메이즈 러너』 제임스 대시너(『The Maze Runner』 2009, 『The Scorch Trials』 2010, 『The Death Cure』 2011)는 기억을 잃은 소년 토머스가 승강기를 타고 올라오면서 시작됩니다. 도착한 곳은 움직이는 석벽 미로에 둘러싸인 공터이고, 그곳에는 다른 소년들이 살고 있습니다. 1권은 퍼즐 상자처럼 빠르게 읽히고, 후속편은 불타 버린 세상과 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갈등으로 옮겨 갑니다. 대시너는 나중에 프리퀄 『The Kill Order』(2012)도 냈습니다.
『다이버전트』 베로니카 로스(『Divergent』 2011, 『Insurgent』 2012, 『Allegiant』 2013)의 배경은 미래의 시카고로, 사회가 덕목에 따라 다섯 개 분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비어트리스 프라이어는 자신이 속할 곳을 골라야 하는데, 어느 한 분파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3부작의 결말은 독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니, 어느 정도 모험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읽으세요.
사랑, 기억, 통제
디스토피아가 폭력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무엇을 느끼고 기억할지 정해 버리는 세상을 그린 시리즈도 있습니다.
『기억 전달자』 4부작 로이스 로리(『The Giver』 1993, 『Gathering Blue』 2000, 『Messenger』 2004, 『Son』 2012)는 고통과 색깔과 선택을 없앤 공동체에서 출발합니다.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발되고, 사회가 똑같음을 얻으려고 무엇을 버렸는지 알아 갑니다. 책이 얇아서 4부작도 주말 한 번이면 소화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 이야기보다 조용하지만 여운은 더 오래갑니다.
『Delirium』 로런 올리버(『Delirium』 2011, 『Pandemonium』 2012, 『Requiem』 2013)의 세계에서는 사랑이 질병으로 분류되고, 열여덟 살이 되면 수술로 사랑을 제거합니다. 레나 하럴런은 수술을 몇 주 앞두고 사랑에 빠집니다. 문장이 서정적이고 정서가 짙어서 로맨스와 저항을 똑같이 원하는 독자에게 맞습니다.
『Matched』 앨리 콘디(『Matched』 2010, 『Crossed』 2011, 『Reached』 2012)의 주인공 카시아 레예스가 사는 사회는 배우자와 직업, 심지어 죽는 시기까지 정해 줍니다. 매칭 의식에서 카시아는 단짝 재비어의 얼굴을 보지만, 잠깐 다른 소년 카이의 얼굴이 스쳐 갑니다. 이 목록에서 가장 느리고 시적인 편입니다.
『Uglies』 스콧 웨스터펠드(『Uglies』 2005, 『Pretties』 2005, 『Specials』 2006, 『Extras』 2007)가 그린 미래에서는 누구나 열여섯 살에 수술을 받아 사회가 정한 미인이 됩니다. 탈리 유영블러드는 수술만 기다리다가 그 대가를 알게 됩니다. 세계관이 선명하고 아름다움과 순응에 대한 질문은 지금 읽어도 낡지 않았습니다. 4권 『Extras』는 화자와 배경이 바뀐다는 점만 알아 두세요.
심장이 빨리 뛰는 저항 스릴러
『Legend』 마리 루(『Legend』 2011, 『Prodigy』 2013, 『Champion』 2013)는 군사 국가 리퍼블릭을 두 화자가 번갈아 들려줍니다. 데이는 나라에서 가장 수배가 심한 범죄자이고, 준은 그를 쫓는 천재 군인입니다. 쫓고 쫓기던 둘은 리퍼블릭이 숨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손을 잡습니다. 챕터가 짧고 두 목소리가 교차해서 몰아 읽기에 좋습니다.
『Chaos Walking』 패트릭 네스(『The Knife of Never Letting Go』 2008, 『The Ask and the Answer』 2009, 『Monsters of Men』 2010)는 남자들의 생각이 소음(Noise)으로 밖에 흘러나오는 행성이 무대입니다. 남자들만 사는 마을의 마지막 소년 토드 휴잇은 고요 속에서 여자아이 바이올라를 발견하고 도망칩니다. 강렬하고 독창적이며 감정적으로도 거칠고, 목소리가 독특합니다. YA 추천작 가운데 문학적 평가가 가장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폭력 묘사가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세요.
성인 독자를 위한 큰 질문들
『Scythe』 닐 셔스터먼(『Scythe』 2016, 『Thunderhead』 2018, 『The Toll』 2019)이 그리는 미래는 질병, 전쟁, 자연사를 정복한 세계입니다. 죽음은 이제 수확자(scythe)라 불리는 사람들이 맡고, 이들은 해마다 정해진 수의 사람을 죽여야 합니다. 시트라와 로완은 견습생으로 뽑혔다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건 경쟁을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아는 AI 썬더헤드가 철학적인 층을 더해서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늘어납니다. 최근 YA에서 손꼽히게 독창적인 설정이고, 삼각관계가 중심에 없는 디스토피아를 찾는다면 잘 맞습니다.
『Wool』 휴 하위(『Wool』 2012 합본, 『Shift』 2013, 『Dust』 2013)는 이 목록에서 성인 독자를 겨냥한 색이 가장 뚜렷합니다. 수천 명이 지하 사일로에서 살고,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바깥을 묻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벌은 센서를 닦으러 나가는 것입니다. 자가 출판으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느리고 분위기가 짙어서 인내심을 들인 만큼 돌려줍니다.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 마거릿 애트우드(1985, 2019)는 전형적인 몰아 읽기 시리즈라기보다 연작에 가깝지만 이어 읽으면 훌륭합니다. 『시녀 이야기』는 신권 국가 길리어드에서 가임 여성이 지배층 부부를 위해 아이를 낳도록 배정되는 세계를 오브프레드의 시선으로 그립니다. 『증언들』은 15년 뒤가 배경이고 세 사람의 목소리로 전개됩니다. 두 권을 연달아 읽으면 체제를 안에서 볼 때와 가장자리에서 볼 때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증언들』은 2019년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주말 독서 계획 세우기
모든 시리즈가 모든 주말에 맞지는 않으니 대략 이렇게 나눠 보세요.
주말 하나를 통째로 쓸 수 있다면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Legend』, 『Delirium』, 『메이즈 러너』가 좋습니다. 모두 속도가 빠른 3부작이라 대개 이삼 일이면 끝납니다.
짧은 책이 좋다면 『기억 전달자』 4부작과 애트우드의 연작이 쪽수는 적습니다. 다만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Scythe』, 『Chaos Walking』, 『Wool』이 집중을 요구하고 그만큼 돌려줍니다. 긴 연휴나 일주일치 저녁에 어울립니다.
로맨스가 필요하다면 『Delirium』, 『Matched』, 『Legend』가 저항의 한가운데에 사랑을 둡니다.
시리즈를 몰아 읽을 때 쓸 만한 요령도 있습니다.
- 시작하기 전에 세 권을 모두 손에 넣어 두세요. 클리프행어 뒤에 도서관 예약 대기만큼 아픈 일도 없습니다.
- 권과 권 사이에 잠깐 걸으세요. 디스토피아는 무거워서 쉬어야 이야기가 가라앉습니다.
- 각 권의 결말을 짧게 메모해 두세요. 긴 독서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습니다.
읽기 전에 알아 둘 점
이 시리즈 대부분이 폭력, 죽음, 억압을 다룹니다. 『헝거 게임』과 『Chaos Walking』에는 직접적인 가해 장면이 있습니다. 『Scythe』는 살인을 중심에 두지만 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룹니다. 『시녀 이야기』에는 성폭력과 강압이 나옵니다. 조금 순한 책을 찾는다면 『기억 전달자』와 『Matched』가 수위가 가장 낮습니다.
오늘 밤 어떤 시리즈를 펼칠까
고전적인 선택을 원하면 『헝거 게임』으로 시작하세요. 가장 신선한 설정이라면 『Scythe』, 오래 남는 책이라면 『기억 전달자』나 『시녀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동안 한 커플에게 빠져 보고 싶다면 『Delirium』이나 『Legend』가 맞습니다.
무엇을 고르든 휴대폰은 내려놓고 첫 권에 한 시간만 내어 주세요.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어느새 주변을 에워싸고, 눈치챘을 때는 주말이 이미 반쯤 지나가 있습니다.
다음 주말 몰아 읽기를 계획하고 완독한 시리즈를 Bookdot으로 기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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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몰아 읽기 좋은 디스토피아 시리즈로는 무엇이 있나요?
- 가장 대중적인 출발점은 수잰 콜린스의 『헝거 게임』으로, 세 권이 술술 읽힙니다. 속도감에 철학적인 깊이까지 원한다면 닐 셔스터먼의 『Scythe』를, 성인 독자를 위한 SF를 찾는다면 휴 하위의 『Wool』을 추천합니다.
- 주말 안에 끝낼 수 있는 짧은 디스토피아 시리즈는 어떤 것이 있나요?
-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Legend』, 『Delirium』 같은 YA 디스토피아 3부작은 한 권이 300~450쪽 안팎이라 꾸준히 읽으면 긴 주말에 끝낼 수 있습니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얇아 더 빠르게 읽힙니다.
- 디스토피아 시리즈는 청소년 독자만 읽는 장르인가요?
-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 많지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 휴 하위의 『Wool』, 패트릭 네스의 『Chaos Walking』은 성인 독자도 많이 읽고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