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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를 좋아했다면 다음에 읽을 신화 재해석 소설 10권

Bookdot Team •
#키르케 같은 책#매들린 밀러#신화 재해석 소설#그리스 신화 소설#아킬레우스의 노래#아리아드네#소녀들의 침묵#페미니즘 소설#책 추천
따뜻한 불빛 아래 나무 탁자에 쌓인 책들, 신화와 이야기의 분위기

우리가 키르케를 처음 만난 방식은 대개 호메로스가 소개한 그대로다. 섬에 사는 마녀,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바꿔놓는 위험한 존재. 영웅이 더 중요한 모험으로 넘어가기 전에 지나쳐야 할 장애물 정도였다.

2018년 매들린 밀러가 《키르케》를 내놓으면서 이 마녀는 장애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되었다.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 페르세의 딸로 태어났지만 신의 힘이 없고 목소리마저 보잘것없어서 가족에게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 우연히 마법을 발견하고, 질투심에 그 힘을 쓴 대가로 아이아이에 섬에 유배된다. 그 뒤로 수백 년의 고독과 수련, 느리게 쌓이는 자기 이해가 이어진다. 다이달로스, 미노타우로스, 메데이아,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이 삶에 찾아온 손님일 뿐 주인공이 아니다.

책을 덮고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면 지금 무엇이 허전한지 이미 알 것이다. 가장자리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오래된 이야기가 필요하다. 줄거리를 움직이는 도구로만 쓰였던 누군가가 영웅 못지않게 큰 내면을 지녔다는 걸 알려주는 책 말이다. 아래 열 권이 그런 책이고, 각각 《키르케》와 어디가 닮았는지도 함께 적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목록에 들어가기 전에 짚어둘 것이 있다. ‘신화 재해석’이라는 서가는 넓고, 《키르케》는 그중 아주 특정한 모퉁이에 서 있다.

먼저 주변부의 화자다. 밀러는 《오디세이아》를 다시 쓴 게 아니다. 그 이야기 중 다른 사람의 섬에서 벌어지는 부분을 다시 썼다. 다음은 긴 시간의 폭이다. 신과 마녀는 늙지 않으니, 감정이 몇 세대에 걸쳐 익어갈 수 있다. 세 번째는 손으로 하는 일이 곧 인물이라는 점이다. 약초, 베틀, 서서히 숙달되는 마법이 키르케를 키르케로 만든다. 그 차분하고 구체적인 노동이 이 책 재미의 절반이다. 네 번째는 문장이다. 서두르지 않고 정확하며, 군데군데 조용히 분노한다. 마지막은 소리 높이지 않는 수정주의다. 신화가 무엇을 잘못 말했는지 설교하는 사람이 없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가 곧 교정이다.

아래 열 권은 이 가운데 몇 가지, 혹은 전부를 갖췄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 같은 목소리, 다른 종류의 아픔

밀러의 2011년 데뷔작을 아직 안 읽었다면 여기서 시작하자. 《일리아스》를 파트로클로스의 눈으로 다시 쓴 소설이다. 추방당한 왕자였던 그는 아킬레우스의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되고, 밀러의 판본에서는 연인이 된다. 《키르케》가 고독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친밀함의 이야기다. 북톡에서 서로 경고까지 해주던 책이고, 2012년 오렌지 상(Orange Prize for Fiction)을 받았다.

《키르케》와의 접점: 작가가 같으니 서정적인 문장도 같다. 서사시가 거의 이름도 붙여주지 않은 사람의 자리에서 유명한 전쟁을 바라본다는 점도 같다. 휴지를 옆에 두고 읽자.

《소녀들의 침묵》 팻 바커 — 서사시가 입을 막았던 목소리

바커의 2018년 소설은 트로이 전쟁을 브리세이스에게 넘겨준다. 함락된 도시의 왕비였다가 전리품으로 아킬레우스에게 배정된 여성이다. 《키르케》보다 훨씬 거칠고 화가 나 있으며, 문장은 꾸밈없이 단단하다. 도시가 불타고 이름마저 잊힌 여자들 틈에서 보면 《일리아스》의 영광이 어떤 모습인지를 묻는다.

《키르케》와의 접점: 자기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직접 말한다.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고집한다.

《아리아드네》 제니퍼 세인트 — 크레타의 여자들을 위하여

세인트의 2021년 데뷔작은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를 따라간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빠져나오도록 돕고도, 보답으로 섬에 버려진 인물이다. 어두운 길을 걷게 되는 동생 파이드라의 이야기도 함께 흐른다. 영웅에게 이용당하는 일, 그리고 신화가 끝난 뒤 이어지는 세월을 여자가 어떻게 보내는가를 다룬다. 밀러보다 전개가 빠르고 감정이 더 드러나는 책을 원하는 독자에게 맞는다.

《키르케》와의 접점: 미노타우로스와 다이달로스는 《키르케》에도 나오기 때문에 크레타 궁정을 다른 각도에서 알아보게 된다. 서정적인 어조와, 신의 가문 안에 갇힌 느낌도 비슷하다.

《A Thousand Ships》 나탈리 헤인스 — 한 사람이 아니라 합창으로

고전학자이자 방송인인 헤인스가 2019년에 낸 이 소설은 여러 여성의 목소리로 짜여 있다. 헤카베, 카산드라, 페넬로페, 헬레네, 브리세이스 같은 인물이 트로이 전쟁과 그 기나긴 여파로 이어진다. 《키르케》가 엄숙하다면 이 책은 재치 있고 날카롭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건너뛴 여성들의 관점을 한 바퀴 둘러보는 여정으로 읽힌다.

《키르케》와의 접점: 호메로스의 여성들을 이야기 중심으로 데려온다는 기획이 같다. 다만 손길은 더 가볍고 유머가 있다.

《Lavinia》 어슐러 K. 르 귄 — 조용하고 사색적인 재해석

2008년, 르 귄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거의 말이 없는 여자 라비니아를 데려왔다. 아이네아스와 혼인하는 라티움의 공주다. 그리고 자신이 시 속 인물임을 아는 여자가 화자인 소설을 썼다. 절제되어 있고 사려 깊고 다정하다. 《키르케》에서 마법보다 명상적인 분위기가 좋았던 독자에게 어울린다.

《키르케》와의 접점: 침묵당한 여성이 화자가 되고, 서사시적 사건만큼이나 하루하루의 삶이 어떤 감촉인지에 관심을 둔다.

《페넬로피아드》 마거릿 애트우드 — 짧고 날카롭고 은근히 웃기다

애트우드의 2005년 중편은 《오디세이아》를 페넬로페에게 맡긴다. 저승에서 말하는 페넬로페는 20년의 기다림과 구혼자들,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뒤 텔레마코스의 명으로 목이 매달린 열두 하녀에 대해 건조하고 씁쓸한 재치로 풀어놓는다. 하녀들의 합창이 중간중간 끼어들어 자기들의 노래와 항변을 터뜨린다.

《키르케》와의 접점: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는 《키르케》 후반부에도 중요하게 나온다. 애트우드를 읽는 건 대화의 나머지 반쪽을 듣는 일과 같다. 아주 짧아서 부담 없이 다음 책으로 고르기 좋다.

《Stone Blind》 나탈리 헤인스 — 말할 기회를 얻은 괴물

2022년에 나온 《Stone Blind》는 메두사 이야기를 다시 쓴다. 대부분의 판본에서 메두사는 누군가가 베어야 할 괴물이다. 헤인스는 그녀를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 이후에 벌을 받은 여성으로 그리고, 올림포스 신들의 훈수 속에서 긴 생애를 직접 말하게 한다.

《키르케》와의 접점: 권력 있는 남자와 신 때문에 위협으로 낙인찍힌 또 한 명의 여성, 그리고 낡은 이야기가 안쪽에서 조용히 고쳐 쓰이는 느낌이 같다. 이쪽이 더 화가 나 있고 직설적이다.

《Kaikeyi》 바이시나비 파텔 — 다른 서사시의 악역

파텔의 2022년 데뷔작은 《라마야나》의 카이케이 왕비를 다시 상상한다. 아들 바라타를 왕위에 올리고 라마를 추방하라고 요구해 힌두 서사시의 악역이 된 인물이다. 이 책의 카이케이는 영리하고 의지가 강하며, 일종의 마법으로 세상을 자기 쪽으로 구부리는 법을 배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사람이 어떻게 역사가 비난하는 일을 하게 되는지를 따라간다.

《키르케》와의 접점: 전통이 벌했던 여성을 복권하려는 기획이 같고, 머뭇거리던 강한 여성이 자기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서서히 자라는 과정도 같다.

《The Witch’s Heart》 제네비브 고르니첵 — 북유럽 신화와 추방당한 마녀

고르니첵의 2021년 소설은 거인이자 마녀인 앙그르보다가 중심이다. 오딘에게 세 번 불태워진 뒤 로키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 늑대 펜리르와 뱀 요르문간드를 홀로 키운다. 신이 자신을 해칠 수는 있어도 지배할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 살아가는 키르케가 좋았다면, 이 책이 북유럽 판이다.

《키르케》와의 접점: 유배된 마녀, 신의 위협 아래 놓인 모성, 마법을 노동처럼 다루는 시선이 닮았다.

《The Bear and the Nightingale》 캐서린 아든 — 신화 대신 민담

아든의 2017년 데뷔작은 윈터나이트 3부작의 첫 권이다. 배경은 중세 러시아이고, 독실한 새어머니와 새로 온 사제가 쫓아내려는 집안 정령들을 볼 수 있는 소녀 바실리사가 주인공이다. 눈 덮인 풍경 속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분위기 있는 책이고, 반쯤 사라진 오래된 세계의 감각을 원하는 독자에게 좋은 징검다리다.

《키르케》와의 접점: 힘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받는 젊은 여성, 그리고 옛 힘이 조용히 밀려나는 배경이 닮았다.

다음 책은 어떻게 고를까

《키르케》에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남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밀러의 문장이 좋았다면 《아킬레우스의 노래》부터 읽자. 호메로스를 페미니즘의 눈으로 고쳐 쓴 점이 좋았다면 《소녀들의 침묵》이나 《A Thousand Ships》로 가면 된다. 크레타 대목이 인상 깊었다면 《아리아드네》가 가장 가깝다. 고독과 마녀의 삶에 끌렸다면 《The Witch’s Heart》나 《Kaikeyi》를 권한다. 무거운 책 사이에 짧고 신랄하게 웃기는 책이 필요하다면 《페넬로피아드》는 오후 한나절이면 끝난다.

실용적인 조언 하나. 신화 재해석은 몰아서 읽기에 잘 맞는다. 이 책들은 서로 겹친다.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대여섯 가지 각도에서 보게 되고, 두세 권을 연달아 읽으면 그 겹침 자체가 재미가 된다. 읽은 목록을 적어두면 누가 어느 화자였는지 헷갈리지 않는다.

우리가 오래된 이야기로 자꾸 돌아가는 이유

《키르케》 이후 이런 재해석이 서점의 한 자리를 꾸준히 지키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화는 모두의 유산이지만, 오랫동안 아주 좁은 범위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가장자리에서 다시 말하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원작을 존중하면서 작게 바로잡는 일이다.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누구의 눈으로 보는지만 바꾼다.

그래서 이 책들은 다시 쓴 이야기라기보다 재회에 가깝다. 윤곽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몰랐던 건 그 사람이었다.


읽고 싶은 재해석 소설을 Bookdot에 쌓아두고, 어느 화자의 이야기까지 들었는지 기록하면서 다음 신화 정주행 목록을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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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와 비슷한 책은 무엇인가?
제니퍼 세인트의 《아리아드네》, 나탈리 헤인스의 《A Thousand Ships》, 팻 바커의 《소녀들의 침묵》이 가장 가깝다. 모두 원래 신화에서 밀려난 여성의 목소리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다. 같은 서정적인 문장에 사랑 이야기까지 원한다면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먼저 읽으면 된다.
그리스 신화를 몰라도 신화 재해석 소설을 읽을 수 있나?
읽을 수 있다. 《키르케》를 포함해 대부분의 작품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물을 설명해준다. 신화를 미리 알면 발견의 기쁨 대신 알아보는 기쁨을 누린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볍게 준비하고 싶다면 《오디세이아》 줄거리만 훑어봐도 충분하다.
그리스 신화가 아닌 재해석 소설도 있나?
있다. 바이시나비 파텔의 《Kaikeyi》는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에서 악역으로 그려지는 왕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다시 쓴다. 제네비브 고르니첵의 《The Witch's Heart》는 북유럽 신화를, 캐서린 아든의 《The Bear and the Nightingale》은 러시아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